태국생활

서울 우면산 등산 후기|태국 N년차가 오랜만에 한국에 와서 느낀 점

카오만까이러버 2026. 6. 11. 18:18

태국에 오래 살다 보면 한국의 풍경을 조금씩 잊게 됩니다.

 

정확히는 잊는다기보다 너무 익숙했던 것들이 기억 속에서 희미해진다고 해야 할까요.

 

소나무 향도 그렇고,

 

등산복을 입은 사람들도 그렇고,

 

동네 뒷산을 오르는 문화도 그렇습니다.

 

이번에 잠시 한국에 들어오게 되면서 오랜만에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우면산을 다녀왔습니다.

 

서울 시민들에게는 익숙한 산일 수 있지만,

 

태국에 오래 살다가 다시 올라가 보니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우면산 자연생태공원에서 등산 시작

저는 우면산 자연생태공원을 통해 등산을 시작했습니다.

 

평일 오전이었는데도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산을 오르고 있더라고요.

 

등산복을 입은 어르신들,

 

가볍게 운동을 나온 직장인들,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까지.

 

태국에도 물론 산은 많습니다.

 

치앙마이 지역에도 있고,

 

카오야이 국립공원처럼 유명한 곳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처럼 도시 한가운데 있는 산을 생활의 일부처럼 즐기는 문화는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한국 사람들에게 산은 관광지가 아니라 일상에 가까운 공간처럼 느껴졌습니다.

 

우면산에서 만난 군사시설의 흔적

우면산을 걷다 보면 의외의 풍경을 마주하게 됩니다.

 

바로 군사시설의 흔적입니다.

 

등산로 곳곳에는 벙커가 남아 있고,

 

일부 구간에서는 지뢰매설지역 안내판도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알기로 우면산은 과거 군사보호구역으로 관리되던 지역이었고,

 

이후 개발 제한과 함께 관리 체계가 변화하면서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고 합니다.

 

산을 오르다가 갑자기 벙커를 만나게 되니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잠시 안으로 들어가 보니,

 

예전 이곳에서 경계근무를 섰을 군인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더라고요.

 

특히 한겨울에 근무를 섰던 분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마 태국 친구들이 본다면

 

"산 중턱에 벙커가 있다고?"

 

하며 깜짝 놀랄 것 같습니다.

 

소나무 향이 이렇게 좋았나?

우면산을 걸으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소나무 향이었습니다.

 

어릴 때는 너무 익숙해서 특별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태국에 오래 살고 나니 오히려 더 선명하게 느껴졌습니다.

 

태국의 숲은 열대기후 특유의 습한 공기와 진한 흙냄새가 있습니다.

 

반면 한국 산은 조금 다릅니다.

 

바람이 더 시원하고,

 

공기 속에 은은한 소나무 향이 섞여 있습니다.

 

그 향을 맡는 순간 괜히 어린 시절 소풍 가던 기억도 떠오르더라고요.

 

냄새 하나가 기억을 꺼내 준다는 것이 참 신기했습니다.

 

서울 한복판의 조용함

방콕에 살다 보면 사실 소음에 익숙해집니다.

 

오토바이 소리,

 

자동차 경적 소리,

 

BTS와 MRT 안내방송,

 

야시장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방콕은 늘 살아 움직이는 도시입니다.

 

그래서인지 우면산의 조용함이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새소리.

 

바람 소리.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

 

서울 한복판인데도 자연의 소리가 도시의 소음을 이기고 있었습니다.

 

그 사실이 생각보다 인상적이었습니다.

 

정상에서 바라본 서울

정상 근처에 도착하니 서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였습니다.

 

아파트 단지,

 

고층 건물,

 

멀리 보이는 남산.

 

사실 방콕에도 고층 건물은 많습니다.

 

하지만 서울 풍경은 또 다른 느낌이 있더라고요.

 

어릴 때부터 보아왔던 도시라 그런지

 

괜히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아, 나 한국 사람이었지."

 

하는 생각도 들고요.

 

한국 사람들은 정말 등산을 좋아한다

정상 근처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전문 등산복을 입은 분들,

 

등산 스틱을 사용하는 분들,

 

친구들과 함께 산을 오르는 분들.

 

태국에서도 등산을 즐기는 사람들은 많지만,

 

한국처럼 장비를 갖추고 산을 즐기는 문화는 조금 덜한 편입니다.

 

문득 한국 사람들에게 등산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면산은 그대로였는데, 변한 것은 나였다

사실 우면산은 예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예전에도 그 자리에 있었고,

 

지금도 그 자리에 있습니다.

 

변한 것은 오히려 저였던 것 같습니다.

 

한국에 살 때는 너무 당연해서 보이지 않던 것들.

 

소나무 향.

 

시원한 바람.

 

등산하는 사람들.

 

서울의 풍경.

 

그 모든 것이 태국에 오래 살고 나니 새롭게 보였습니다.

 

마치며

 

해외에 오래 살다 보면 가끔 그런 순간이 찾아옵니다.

 

유명 관광지보다 동네 풍경 하나가 더 크게 마음에 남는 순간.

 

이번 우면산이 저에게는 그런 장소였습니다.

 

높은 산도 아니고,

 

유명 관광지도 아닙니다.

 

하지만 오랜만에 한국이라는 나라를 다시 느끼게 해준 곳.

 

그래서 이번 우면산 산책은 생각보다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오랜만에 방문한 한국 찜질방 이야기도 들려드릴게요.